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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 역사상 가장 뜬금없고, 가장 위대한 데뷔작 뜬금없는 데뷔작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서,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아일보에 발행하는 월간지 중에 1967년부터 발행되고 있는 여성동아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연히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잡지인데 1970년에 여성동아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 공모전을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당시 나이 마흔 살, 자녀가 5명 있던 한 주부가 이 여성동아 공모전에 참가합니다. 잠깐 명문대를 다니긴 했지만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했으며 평생 글을 써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었죠. 원래 이 사람은 장편 소설을 낼 생각도 없었어요. 그냥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논픽션을 써서 낼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사실만 쓰려니 쓸 얘기가 너무 없다면서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2021. 2. 7.
오늘의 한 문장 -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JD 샐린저의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성적 부진으로 퇴학을 당할 상황에서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사건들을 겪고 나서, 홧김에 기숙사를 떠나기로 되어 있는 날보다 일찍 짐을 꾸려서 나오게 되죠. 시놉시스만 보면 이게 무슨 작품이 되나 싶지만, 이 소설은 미국 청년들의 필독서로 불릴 정도로 미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존 레논을 암살한 마크 채프먼이 이 책을 읽고 암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이죠. 공각기동대 TV판 SAC에서도 이 작품의 결정적이 실마리로 작용합니다. 얼마 전에는 이 책의 작가 JD 샐린저의 실화를 소재로 한 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죠. 이 책을 영화화 하려 했던 시도도 많았다고 하는데 샐린저가 거절해서 결국 이뤄.. 2021. 1. 13.
오늘의 한 문장 - <페스트> 알베르 까뮈 코로나로 인한 펜더믹 시국에 예술과 문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더 나아가 문화와 예술의 무의미함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의 작가 옌롄커는 한겨레에 특별기고한 "역병의 재난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고 무능한 문학"이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학은 아주 멀고 역병은 아주 가까이 격동하고 있는 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거세게 밀려오는 재난 앞에서 문학의 무력과 무능을 실감하게 된다. 문학은 마스크가 되어 역병 지역으로 보내질 수도 없고 진정으로 의료를 위한 방호복이 되지도 못한다. 음식이 필요할 때, 문학은 빵과 우유가 되지도 못하고 채소가 필요할 때, 무나 배추, 시금치가 되지도 못한다. 심지어 사람들이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 떨고 있을 때, 한 알의 신경안정.. 2021. 1. 1.
이해할 수 없는 일과 어찌할 수 없는 일 (부조리, 실존 그리고 기생충) 기생충에 쏟아졌던 찬사들을 잠깐 다시 되돌아 봅시다. 전례 없는 영화라는 세간의 평가가 마냥 호들갑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예측을 불허하는 작품은 고평가 받을 만하죠. 독창적인 발상과 적절히 뿌려진 맥거핀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웃기다가도 씁쓸하게 만드는 대사는 블랙코미디의 극치를 보여주고, 쏟아지는 폭우와 함께 계단따라 아래로만 내려가는 탈출씬의 서스펜스는 왠만한 스릴러 이상의 긴장감을 조성하여 심장이 터질 정도로 요동치게 만듭니다. 연출도 연출이지만 정재일 음악 감독이 휼륭하게 역할을 수행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제를 암시하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는 계속 반복되며 관객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빛을 적재적소에 사용한 아름다운 영상미는 비극적 순간에 사용됨으로써 더욱 빛을 발하네요 .. 2020. 9. 16.
재벌가의 이혼과 아주 오래된 농담 2020년 1월에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이 끝났습니다. 과정이 길었으나 결론만 요약하자면 이부진 사장이 자녀 양육권을 가지고, 임우재 전 고문에게 위자료로 약 14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는 임우재 전 고문이 이부진 사장의 재산 2조 5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라며 요구했던 위자료 1조 2000억원의 0.7%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법원이 이러한 판결에 대해 내리기까지 결혼 시에 가지고 있었던 재산, 자산 형성에 미친 기여도, 자녀 양육에 적합한 환경, 이혼의 귀책 사유 등에 대한 여러가지 고려가 있었을 겁니다. 판결에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법적인 판결과 별개로 이 작품이 생각이 나더군요. 이 책의.. 202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