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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연재 시스템이 만들어 낸 걸작 의 원작 만화가로 유명한 나가이 고가 얼마 전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감에 쫓기면서 눈앞의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50년이 지났다." 라고요. 언제부터 정립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만화라는 매체는 대부분의 경우 연재를 합니다. 물론 나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완결이 된 채로 나오는 만화도 있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비정기 연재한 처럼 12년동안 7권이 나온 작품도 있습니다만. 같은 대표적인 만화 잡지를 표함하여 대부분의 만화 플랫폼들은 주간 연재를 합니다. 그래서 마감에 치여서 미친 듯이 야근하는 만화가, 그리고 어떻게든 마감 날짜 전에 원고를 받으려고 하는 편집부의 눈물나는 노력 등은 만화하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이죠. 심지어 출판 만화가 아니라 웹툰이 주류가 된 지금 시.. 2021. 4. 17.
밀란 쿤데라 - <농담> 슬픔, 우울의 공감보다 사람을 더 빨리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없다. (그 가까움이 거짓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말없이 고요하게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이런 분위기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방어도 잠들게 하며, 섬세한 영혼도 속된 자도 모두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을 가까워지게 만드는 방식 중 가장 쉬운 것이면서 반면에 가장 드문 것이기도 하다. 그러자면 자신 속에 형성되어 있는 정신적 태도라든가 꾸며낸 행동과 몸짓들을 버리고 아주 단순하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단번에, 준비도 없이)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수많은 가짜 얼굴들 뒤에서 눈먼 사람들처럼 늘 길을 더듬던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 2021. 3. 22.
영화에도 조정 스탯이 있다면, 우리나라 흥행 1위는? 제목에 대해서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야구에 대한 애기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는 정말 다양한 스탯을 통해서 선수들의 역량을 측정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조정 스탯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뛰었던 시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1차 스탯에 추가적인 보정을 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리그 평균 방어율이 5.0이 넘는 리그에서 뛴 투수가 기록한 3.00의 ERA와 리그 평균 방어율이 3.5 밖에 안되는 리그에서 뛴 투수가 기록한 3.00의 ERA가 있을 경우 리그 전반적으로 타자들이 강세였던 시기에 뛴 투수가 기록한 3.00의 방어율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겠죠? 하지만 기초적인 1차 스탯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2021. 3. 9.
승리호 - 250억짜리 영화의 가치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에, 덱스터가 만들어 낸 비쥬얼 임팩트에 놀라는 사람들만큼이나 촌스러운 대사, 전형적인 신파극의 구조, 억지로 맞춘 듯한 가족 영화적 요소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엄연히 말하면 피로 이어진 혈연이 아닌 유사 가족이지만 - SF라는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양쪽 의견 중 어느 쪽이 타당한가를 논의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장문의 글이 나올수는 있지만 저는 이미 많이 논의된 이 작품의 내적인 완성도에 대한 평가보다는, 왜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SF 영화가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SF 하위 장르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밖에 .. 2021. 3. 6.
오늘의 한 문장 - <1984> 조지 오웰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와도 같은 조지 오웰의 1984에는 신어(Newspeak)로 명명되는 새로운 개념의 언어가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기존의 언어에 없다가 추가된 새로운 의미를 가진 언어를 의미하는 듯하나 주인공 윈스턴이 신어 사전을 만드는 인물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그런 생각은 산산히 깨지죠. "자네는 우리의 주된 임무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네. 우리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있지. 말하자면 우리는 말을 뼈만 남도록 잘라내고 있는 셈일세" "'탁월한'이니 '휼륭한'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는 말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좋은' 이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더욱더 좋은' 이라고 하면 될 것.. 202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