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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 조정 스탯이 있다면, 우리나라 흥행 1위는? 제목에 대해서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야구에 대한 애기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는 정말 다양한 스탯을 통해서 선수들의 역량을 측정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조정 스탯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뛰었던 시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1차 스탯에 추가적인 보정을 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리그 평균 방어율이 5.0이 넘는 리그에서 뛴 투수가 기록한 3.00의 ERA와 리그 평균 방어율이 3.5 밖에 안되는 리그에서 뛴 투수가 기록한 3.00의 ERA가 있을 경우 리그 전반적으로 타자들이 강세였던 시기에 뛴 투수가 기록한 3.00의 방어율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겠죠? 하지만 기초적인 1차 스탯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2021. 3. 9.
승리호 - 250억짜리 영화의 가치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에, 덱스터가 만들어 낸 비쥬얼 임팩트에 놀라는 사람들만큼이나 촌스러운 대사, 전형적인 신파극의 구조, 억지로 맞춘 듯한 가족 영화적 요소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엄연히 말하면 피로 이어진 혈연이 아닌 유사 가족이지만 - SF라는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양쪽 의견 중 어느 쪽이 타당한가를 논의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장문의 글이 나올수는 있지만 저는 이미 많이 논의된 이 작품의 내적인 완성도에 대한 평가보다는, 왜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SF 영화가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SF 하위 장르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밖에 .. 2021. 3. 6.
오늘의 한 문장 - <1984> 조지 오웰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와도 같은 조지 오웰의 1984에는 신어(Newspeak)로 명명되는 새로운 개념의 언어가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기존의 언어에 없다가 추가된 새로운 의미를 가진 언어를 의미하는 듯하나 주인공 윈스턴이 신어 사전을 만드는 인물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그런 생각은 산산히 깨지죠. "자네는 우리의 주된 임무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네. 우리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있지. 말하자면 우리는 말을 뼈만 남도록 잘라내고 있는 셈일세" "'탁월한'이니 '휼륭한'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는 말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좋은' 이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더욱더 좋은' 이라고 하면 될 것.. 2021. 2. 8.
한국 문단 역사상 가장 뜬금없고, 가장 위대한 데뷔작 뜬금없는 데뷔작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서,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아일보에 발행하는 월간지 중에 1967년부터 발행되고 있는 여성동아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연히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잡지인데 1970년에 여성동아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 공모전을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당시 나이 마흔 살, 자녀가 5명 있던 한 주부가 이 여성동아 공모전에 참가합니다. 잠깐 명문대를 다니긴 했지만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했으며 평생 글을 써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었죠. 원래 이 사람은 장편 소설을 낼 생각도 없었어요. 그냥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논픽션을 써서 낼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사실만 쓰려니 쓸 얘기가 너무 없다면서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2021. 2. 7.
오늘의 한 문장 -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JD 샐린저의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성적 부진으로 퇴학을 당할 상황에서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사건들을 겪고 나서, 홧김에 기숙사를 떠나기로 되어 있는 날보다 일찍 짐을 꾸려서 나오게 되죠. 시놉시스만 보면 이게 무슨 작품이 되나 싶지만, 이 소설은 미국 청년들의 필독서로 불릴 정도로 미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존 레논을 암살한 마크 채프먼이 이 책을 읽고 암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이죠. 공각기동대 TV판 SAC에서도 이 작품의 결정적이 실마리로 작용합니다. 얼마 전에는 이 책의 작가 JD 샐린저의 실화를 소재로 한 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죠. 이 책을 영화화 하려 했던 시도도 많았다고 하는데 샐린저가 거절해서 결국 이뤄.. 2021. 1. 13.
오늘의 한 문장 - <페스트> 알베르 까뮈 코로나로 인한 펜더믹 시국에 예술과 문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더 나아가 문화와 예술의 무의미함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의 작가 옌롄커는 한겨레에 특별기고한 "역병의 재난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고 무능한 문학"이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학은 아주 멀고 역병은 아주 가까이 격동하고 있는 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거세게 밀려오는 재난 앞에서 문학의 무력과 무능을 실감하게 된다. 문학은 마스크가 되어 역병 지역으로 보내질 수도 없고 진정으로 의료를 위한 방호복이 되지도 못한다. 음식이 필요할 때, 문학은 빵과 우유가 되지도 못하고 채소가 필요할 때, 무나 배추, 시금치가 되지도 못한다. 심지어 사람들이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 떨고 있을 때, 한 알의 신경안정.. 2021.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