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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오늘의 한 문장 - <1984> 조지 오웰

by 환상의나비 2021. 2. 8.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와도 같은 조지 오웰의 1984에는 신어(Newspeak)로 명명되는 새로운 개념의 언어가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기존의 언어에 없다가 추가된 새로운 의미를 가진 언어를 의미하는 듯하나 주인공 윈스턴이 신어 사전을 만드는 인물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그런 생각은 산산히 깨지죠.

 

 "자네는 우리의 주된 임무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네. 우리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있지. 말하자면 우리는 말을 뼈만 남도록 잘라내고 있는 셈일세"

 

 "'탁월한'이니 '휼륭한'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는 말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좋은' 이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더욱더 좋은' 이라고 하면 될 것이네."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인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를 번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하게 만들 걸세. 그건 사상에 관련된 말 자체를 없애버리면 되니까 간단하네."

 

 다음과 같은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1984의 작중에서 신어를 만드는 일은 결국 단어를 단순화 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1984에 등장하는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인들의 사고의 폭을 좁히고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1984>라는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으로 평가 받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이와 같은 언어적 검열이 디스토피아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에는 아직까지도 이러한 규제가 남아 있는 곳이 많습니다. 중국은 분서갱유, 문자의 옥, 문화대혁명 등 수없이 많은 잘못을 반복하고도 여전히 강력한 문화 규제를 하고 있죠.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나라만해도 1996년까지 음반 심의 제도가 있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의 <시대유감>이라는 곡이 검열로 인한 수정 요청을 받자, 이에 반발한 서태지가 가사 없는 연주곡을 실어서 저항의 의지를 밝히고 정태춘처럼 기존에 검열에 맞서 싸우던 뮤지션들이 나서서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제도적으로 언어를 검열하는 요소들은 대부분 소멸되었으나, 오늘날의 언어 검열은 기존의 검열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언어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서로를 검열하는 것이죠.

 

 이 또한 진부한 얘기가 되어 버렸지만, 마치 <1984>에서 사람들 모르는 곳에서 대중을 감시한다는 빅브라더가 SNS 등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서 만인에 대해 만인을 감시하는 스몰 브라더로 변화 것처럼 말입니다.

 

 대중이 나서서 특정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례가 늘어남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예술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죠.

 

 조지 오웰은 단순히 글만 썼던 작가가 아니라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가했을 정도로 한평생 전체주의에 반대하여 인간의 자유를 위해서 싸웠던 사람입니다. 그가 만약 지금의 시대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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