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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귀멸의 칼날:환락의 거리> 총 화수 11화의 의미

by 환상의나비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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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2기 최종화 시청률 (출처 : 아사히 신문)

 

귀멸의 칼날 2기 <환락의 거리>가 최종화 시청률 9.1%를 기록하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무한열차 TV판 시청률이 의외로 부진한 점, 심야방송이라는 마이너스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큰 무리 없이 흥행에 성공했네요.

 

 

이전부터 이어진 이세계물의 범람은 물론이고

 

<진격의 거인>, <약속의 네버랜드> 같은 사도형 만화의 부상,

 

같은 배틀물이라고 해도 <원펀맨> 같은 먼치킨물의 흥행을 보면서

 

이제 전통적인 성장형 왕도 소년만화는 더 이상 예전처럼 흥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 최고로 흥행 할 수 있는 장르는

 

왕도형 소년만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볼 수 있겠죠.

 

다만 이렇게 전통적인 만화가 기존과 다른 특이한 부분이 있는데 총 화수가 11화라는 점입니다.

 

 

○ 1쿨의 의미

 

1년은 365일입니다. 주 단위로 따지면 52주가 되지요.

 

이걸 4등분 하면 4분기가 나오고, 하나의 분기는 13주가 됩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방영은 이 주기에 맞춰서 이뤄집니다.

 

방송사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 위한 일정을 잡는다면,

 

깔끔하게 매 분기의 첫 주에 시작해서 마지막 주에 끝을 내도록 하는거죠.

 

이걸 애니메이션 용어로 1쿨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애니 제작사들도 이런 방송사의 일정에 맞춰서 작품을 제작하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만화 원작이기에, 이 부분이 제작자들을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됩니다.

 

 

어디까지의 에피소드를 다뤄야 할까,

 

13화로 다루기에 길다면 얼만큼의 내용을 짤라내야 할까,

 

반대로 13화로 다루기에 짧다면 어떤 부분에서 분량을 채워야 할까,

 

하면서 고민을 하게 되는거죠.

 

만약 13주에 다루기에 내용이 많다면 아예 26주를 써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러면 그 작품은 1년의 4분기 중 2분기를 통째로 사용하는거죠.

 

실제로 귀멸의 칼날 1기는 총 26화로 제작되었습니다.

 

 

 

○ 11화라는 애매한 분량

 

그런데 이번 귀멸의 칼날 2기 <환락의 거리>는 11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보통 13화로 다루기에 애매하다 싶어도 억지로 분량을 늘려 12화는 맞추고,

 

스폐셜편으로 한 주 정도를 떼우는 경우도 있는데,

 

아예 처음부터 11화를 공언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편성을 한거죠.

 

유곽편 에피소드로는 13화를 채우기 힘들어서 였을까요?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했으나

 

정작 러닝타임을 보면 분량 자체가 부족했던 것도 아닙니다.

 

1화는 무려 러닝타임이 48분이라 광고 포함 1시간 특별 상영을 하였고.

 

마지막 11화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32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애니메이션 1편의 분량이 20분이라고 봤을 때,

 

조금만 분량을 늘렸으면 기존의 13화 제작 방식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뜻이죠.

 

그런데도 왜 유포터블은 굳이 11화로 맞췄을까요?

 

저는 이게 단순히 러닝타임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완급조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1화 러닝타임 48분의 의미

 

귀멸의 칼날 1기는 강렬한 도입부를 가지고 있었고,

 

주인공의 성장에 중점을 두었기에 약간의 텀을 두고

 

극적인 전투씬이나 새로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여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 끌 수 있었으나.

 

<환락의 거리> 에피소드의 경우 총 러닝타임의 절반 정도인 5화를

 

전투를 최소화하고 싸움 전의 빌드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물론 인물 간의 대화만으로도 서스펜스를 만들 수 있으나,

 

이 작품의 특성상 가장 중점이 되어야 하는 부분은 결국에는 전투씬인데

 

유포터블은 빌드업에 드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시청자들이 전투씬 시작 전에 흥미를 잃고 중도 하차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1화를 48분으로 길게 가져가면서 빠르게 빌드업을 끝내고

 

1주라도 빠르게 전투씬에 돌입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은 듯 합니다.

 

 

○ 11화 러닝타임 32분의 의미

 

최종화인 11화가 30분이 넘는 러닝 타임으로 구성된 것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0화에서 사실상 전투가 마무리 된 상태에서 남은 건 에피소드의 마무리인데,

 

주인공과 혈투를 벌이던 혈귀들의 회상씬은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를 2회차에 걸쳐서 가져 가는 건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전투씬을 넣지 못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흥미를 잡아 끌 수 있는 빅 이벤트가 필요할텐데 한 에피소드가 끝나는 마당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 하군요.

 

(실제로 귀멸의 칼날 원작을 미리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토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현 혈귀 집합이 2기 내에서 이뤄지느냐 마느랴를 놓고 말이죠.)

 

 

○ 파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이렇게 파격적인 편성 덕분에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더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왔지만,

 

만약 귀멸의 칼날 1기와 무한열차의 기록적인 흥행이 아니였다면 이런 파격은 이뤄지지 못했을 겁니다.

 

방송사들이 입장에서도 연간 편성을 위해서 1쿨 13화를 고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이런 케이스는 귀멸의 칼날이 너무 큰 흥행을 한 탓에 제작사 유포터블이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편성 관련하여 입김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죠.

 

아마 앞으로도 대부분의 TV 시리즈는 여전히 1쿨 13화를 유지할테고요.

 

 

○ OTT 서비스와 애니메이션의 러닝타임

 

다만 최근 OTT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부분이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리메이크 버전 <데빌맨>

 

넷플릭스에서 리메이크한 나가이 고의 <데빌맨>은 총 화수가 10화입니다.

 

만약 일반 방송사에서 송출했으면 억지로 분량을 늘려서 13화로 만들어야 했을텐데

 

정규 방송이라는 개념이 없는 OTT 특성을 활용하여 밀도 있게 10화로 만든거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지구 밖 소년소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지구 밖 소년소녀는 아예 6부작입니다.

 

그리고 러닝타임도 기존의 작품과 다르게 편당 30분이죠.

 

1화는 그 중에서도 더 길어 38분인데,

 

이 역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하기 전에 세계관을 설명하고, 인물들 간의 관계를 쌓는

 

빌드업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로 생각됩니다.

 

하드 SF에 가까운 작품이라 새로운 용어나 설정 등이 많아서 이런 방법을 사용한 듯 하고요.

 

 

이렇게 유동적인 편성을 할 수 있는 OTT 서비스에 비해서 TV 방송은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자유도는 작품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죠.

 

지금까지는 경쟁 상대가 같은 TV라서 이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OTT 서비스와 대결하게 될 TV 방송사들은 이런 부분을 고민해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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