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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의 위기> 산업으로서, 혹은 예술로서

by 환상의나비 2021. 12. 18.

이 글이 업로드 되는 건 12월 18일입니다만, 작성된 날짜는 20211215일입니다. 그리고 20211215일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7번째 작품인 마블 스튜디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3,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개봉한 날이기도 합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놀라운 흥행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무려 95%의 예매율을 보여주며 사전 예매 관객 수만으로 75만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첫 주만에 15천만 달러의 이상의 흥행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측됩니다. 코로나의 발병 이후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첫 주만에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는 첫 번째 작품이 될 것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입니다.

 

201월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 상반기에는 전체 매출액 1863억원으로 또다시 전년 동기 대비 32%가 감소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또한 마찬가지 상황으로 2020년 북미지역 연간 박스오피스 수익은 총 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80% 하락하였습니다. [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2021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 미국 콘텐츠산업동향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놀라운 흥행 성적을 보여준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디즈니가 만들어 낸 마블 유니버스의 흥행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증명한 사례입니다. <블랙 위도우><이터널스>의 미묘한 흥행 성적으로 의구심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성공으로 인해 마블 유니버스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아직도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며, 코로나19라는 사회적 대격변 속에서도 마블 유니버스와 스파이더맨의 티켓 파워가 건재함을 증명하였습니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이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성공이 메마른 극장가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마 그런 희망이 이뤄질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직 코로나의 완벽한 종식이 요원한 이유도 있지만, 이미 영화 시장의 트렌드가 극장에서 OTT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인 2017~2019년부터 이미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서비스는 기존 영화 산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이는 단순히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문화의 미학적 성취라는 측면에서도 해당합니다.

원문 링크 : https://star.mt.co.kr/stview.php?no=2018032608122993973

 유럽 영화제 중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칸 영화제에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 부문에 출품되자 이에 대한 논쟁이 불 같이 번졌습니다. <옥자>는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하지 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논쟁 끝에 프랑스 극장협회가 개봉 3년 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현지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출품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한 후 1여년간 넷플릭스와 칸 영화제는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습니다.결국 칸 영화제에서 먼저 극장 상영을 거부하면 경쟁 부문에 초청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넷플릭스는 아예 출품을 전면 거부했습니다. [[넷플릭스①] 집중 점검! 넷플릭스를 둘러싼 영화계의 변화와 감독들의 움직임 (출처 : 씨네 21)]

 

반대로 베니스 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였고, 단순히 초청 정도가 아니라 주요상을 과감하게 수여하였습니다.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베니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서 기성 영화인들의 불같은 반발이 있었지만, 넷플릭스 작품들을 받아들임으로서 인해 베니스 영화제가 라인업의 구성에서 몇 년간 칸 영화제보다 더 우위에 섰음은 명확합니다. 먼 훗날 베니스 영화제가 칸 영화제 이상의 권위를 지니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는 분명히 베니스 영화제가 새로운 플랫폼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빠르게 변화를 빨리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평가받지 않을까요?

 

원문 링크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091707048143

이에 대해서 칸 영화제는 여러모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2021년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티에리 프레모는 다른 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에 너무 빨리 문호를 개방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일부 영화제들이 정말로 영화가 살아남기를 원하는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문을 너무 활짝 열었다"고 말했으며 '맹크'(2020), '아이리시맨'(2020)과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걸작"이라 부르며 높이 평가하지만 모두 영화계 거물에 기댄 덕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발견한 감독이 누가 있죠? 하나만 묻죠. 플랫폼이 발견한 감독의 이름을 하나만 대봐요. 아직 없습니다. 플랫폼은 영화에 몸담았던 감독만 데려가고 있어요." [ 칸 영화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서나 얘기하는 것 (출처 : 매일경제) ]

원문 링크 :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7/662892/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긴 하지만, 인재 발굴에 대해서 프레모가 말한 부분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카우보이의 노래>, <로마>,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등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작품들의 9할 이상의 기존에 성공했던 감독들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도 스트리밍은 극장에 비해서 창작자에게 굉장히 불만스러운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1년 칸 영화제에 참가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극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영화를 보다 중간에 멈추거나 이탈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영화를 극장 아닌 곳에서 보면)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잖아요. 보다 말고 다른 짓을 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극장이라는 곳에는 감독이 만든 2시간이라는 리듬이, 하나의 시간 덩어리가 존재해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영화를 틀겠다고 약속돼 있고, 관객은 그걸 존중하죠.”

이와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는데,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을 만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주치의에게 신작을 봤냐고 물어봤더니 하루에 15분씩 일주일째 보고 있다웃기면서도 슬픈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이런 부분이 스트리밍의 참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타이밍에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어째서 기존 플랫폼에서 성공한 기성 감독들이 넷플릭스 같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플랫폼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걸까요? 심지어 본인들이 원하는 리듬을 고수할 수도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봉준호 감독의 이어지는 발언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거부한 <아이리시맨>은 넷플릭스가 지원하지 않았다면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옥자>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저기서 거절당했는데, 넷플릭스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감독에게 100% 통제권을 줬거든요. 묘하게 모순적인 상황이 있는 것 같아요.”

원문 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02681.html

 

이러한 아이러니는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됩니다.

 

 

 <옥자>는 시원찮은 작품 하나 없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분기점이 된 작품입니다. 봉준호가 극장 상영에 대해서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게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기존의 영화 제작사에서는 봉준호에게 최종 편집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성 영화사에서 봉준호에게 최종 편집권을 주지 않은 이유는 결국 극장 상영을 통해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 흥행하는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일 겁니다.

 

 코엔 형제가 연출한 <카우보이의 노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품은 6부작으로 이루어진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인데, 이로 인해서 본래 TV 시리즈로 기획되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코엔 형제는 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본래 영화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자금을 대줄 리가 없기에 각본을 보여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죠. 아무리 코엔 형제가 대단한 감독이라고 한들, 전혀 연결되지 않는 독립적 에피소드 6편을 극장 상영한다는 건 기성 영화 관계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OTT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그림인거죠.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는 어떻습니까? 할리우드 자본으로 멕시코의 성축제일 대학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 수가 있었을까요? 심지어 영화 내에 영어는 거의 나오지도 않고, 스페인어와 멕시코 원주민어만 나오는데 말입니다. 참고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같은 주요 부문을 포함하여 무로 9개 부문의 상을 석권한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고, 배우들 또한 전부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영어를 씁니다. 그 때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죠.

<로마>와 <카우보이의 노래> 포스터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마지막 방점을 찍었던 건 역시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시맨> 일 겁니다. <아이리시맨>은 위에 언급된 영화들처럼 단편 에피소드 형식도 아니고,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현존 최고의 감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리고 누구보다도 극장을 사랑하는 마틴 스콜세지조차도 투자를 받지 못하여 넷플릭스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는 넷플릭스와 일하는 이유에 대해 그들은 나에게 돈과 자유를 준다라며 짧고 명확하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넷플릭스 간의 두 번째 프로젝트 <아이리시맨> (출처 : 인디포스트)

 

 <아이리시맨>은 원래 기성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오래전부터 추진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원래 12천만 달러 정도로 책정되었던 제작 예산은, 이제 70대 중반을 넘어선 출연자들의 30년 젊은 시절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CG 비용이 늘어나며 2억 달러까지 늘어났고, 이 제작비 예산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제작비가 높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제작 예산이 2억 달러에 근접하자 부담을 느낀 파라마운트가 철수를 결정했고, 그 틈을 넷플릭스가 구원투수로 나서서 60%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하며 배급권을 차지하게 된 것이죠.

원문 출처 : https://www.indiepost.co.kr/post/12859

 김혜리 평론가는 <카우보이의 노래>에 대한 평론을 쓰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코언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함께, 미뤘던 넷플릭스 구독을 결정하도록 나를 떠민 지렛대였다. 아트하우스 스타 감독의 프로젝트이면서 극장 장편영화로서 투자받을 만한 상품성이 애매한 영화를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중요한 유인으로 삼을 거라는 징표로 보여서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모털 엔진 (출처 : 씨네21)]

 

 넷플릭스는 정확히 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혜리 평론가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작품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이미 성공을 경험해본 기성 감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자본과 편집 권한으로 인해서 제약이 걸릴 때, 이를 놓치지 않고 먼저 선점하는 겁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OTT 서비스의 특수성입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기에 특정 소비층만 겨냥해도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극장 상영을 하지 않아 러닝타임에 구애받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수억 명이 넘는 구독자들은 넷플릭스가 다양한 실험을 해도 안전하게 받쳐주는 단단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이미 넷플릭스는 무려 82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제막하며 23편을 제작한 워너브라더스, 10편을 제작한 디즈니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2021년에는 매주 1편씩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올해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100편이 넘는 오리지널 작품을 개봉하였습니다.

 

 그래서, 조금 길게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 마블 유니버스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넷플릭스라는 초보 영화 제작사가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지닌 감독들과 이렇게 많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던 까닭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성 제작사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마블 유니버스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리스크를 줄여서 흥행을 시키고자 하는 기성 영화 제작사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입니다.

원문 출처 : https://ebadak.news/2019/11/10/martin-scorsese-marvel-html/

 마틴 스콜세지는 마블 유니버스 영화들을 시네마가 아닌 테마파크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였지만 그가 뉴욕 타임지에 기고한 글을 보면 이를 단순히 꼰대가 된 감독이 밥그릇 뺏기기 싫어서 하는 말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스콜세지는 영화라는 매체가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영화인들에게 지니는 가치에 대해서 먼저 설명합니다.

 

영화(시네마)란 어떤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미학적인, 감정적인, 영적인 계시였죠. 그리고 영화란 우리 인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때로는 역설적인 우리의 본성. 서로 상처받고 사랑하고 만나는 일들을 다루는. 영화는 스크린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 속 삶을 경험하며 가능의 감각을 넓히는 예술이었습니다. 여기 핵심이 있습니다. 영화는 예술이라는 점이죠.”

 

 이어서 스콜세지는 요즘의 프랜차이즈 영화들에는 리스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제작사와 연출자와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창작자의 개성은 부재하고 오로지 제작사가 의도하는 방식의 영화가 제작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제작되는 많은 영화들은 즉각적인 소비를 위해 완벽한 공정으로 제조되는 상품과도 같습니다. 재능을 가진 이들이 팀을 이루고, 이 과업을 훌륭히 해내죠. 하지만 이런 모든 영화들에는 영화예술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습니다. 바로 어떤 아티스트 개인의 (개성과 예술성이 담긴) 통일된 비전이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무엇보다 개인은 그 자체로 리스크니까요.”

 

 그리고 이는 당연히 영화 극장 자체에 대한 위기로 이어집니다.

 “영화업계에는 큰 위기입니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독립 영화관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중략)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뭔가를 볼 때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아닌 대안이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전까지의 영화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예술가와 상품을 만들고자 하는 제작자들 간의 치열한 다툼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제한의 자유보다 적절한 제약이 오히려 영화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블 유니버스의 엄청난 대성고은 이처럼 영화의 균형을 유지하던 사업가적 마인드예술가적 마인드의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의 부재로 인해서 극장 영화 시장은 무너지고 있고, 스트리밍과 OTT 서비스가 영화를 유통하는 1위 채널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예술로서 남을 수 없는 영화에 대해서 씁쓸하는 토로하는 것으로 글은 끝을 맺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의 말과 달리 아직까지 OTT 서비스가 완전히 멀티 대체했다고 보는 것은 과한 주장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블 유니버스를 만든 디즈니조차도 디즈니 플러스에 <블랙 위도우> 등의 작품을 극장 개봉과 동시 상영하고, 다양한 마블 유니버스 드라마들을 독점 상영하면서 공을 들이는 걸 보면 주류가 역전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은 명확해 보입니다. 코로나는 그 흐름에 가속도를 붙였을 뿐이죠.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

 우리는 이 상황에서 영화의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위기가 단순히 극장이라는 플랫폼이 더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면, 영화는 OTT 서비스로 그 자리를 옮김으로서 충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영화 감독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의도한 호흡대로 창작한 작품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겠지만 그 또한 감수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마틴 스콜세지가 말한 것처럼 영화의 위기가 예술로서의 영화라는 매체의 죽음, 다양성의 상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디즈니 플러스의 행보는 영화라는 매체의 생명력 연장에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넷플릭스는 오히려 더많은 돈을 다양성 영화에 투자하는 것으로 플랫폼의 가치를 높였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관의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려고 할테니까요.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디즈니의 방향이 맞을지, 넷플릭스의 방향이 맞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디즈니가 옳다면 산업으로서의 영화만 살아남고 예술로서의 영화는 다 멸종해버리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가면 갈수록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작품은 사라지고, 과거에 성공했던 작품들에 흡수 되려고 하는 작품들이 주류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나이브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의 씨네필로서 근거 없는 낙관을 하고 있긴 합니다. TV가 보급화되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라는 매체의 생명력이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위기를 거쳐 오히려 다시 황금기를 맞았던 것처럼 이 위기 또한 영화라는 매체가 죽지 않기 위해 맞아야 하는 예방 접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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